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그림 속 사람들은 어디에서 춤추고 있었을까?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그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입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워낙 많이 봤던 그림이라 익숙했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사람도 정말 많고, 화면 전체가 밝은 빛과 색으로 가득해서 한참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실제로 파리에 있었던 곳일까?

그림 속 장소는 실제 파리에 있었다
그림의 배경은 19세기 파리 몽마르트르에 있던 물랭 드 라 갈레트라는 무도회장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19세기 파리의 무도회장'이라고 하면 굉장히 고급스러운 장소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은 당시 몽마르트르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에 찾아와 춤을 추고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던 대중적인 장소였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일요일 오후부터 자정까지 무도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작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사람들이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면 주말에 사람들이 모여 놀던 번화한 공간에 가까웠을 것 같습니다.
르누아르는 바로 그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르누아르는 왜 이런 장면을 그렸을까?
이 그림에서 재미있는 건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역사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춤추고, 웃고 있습니다.
그런 평범한 일상을 르누아르는 굉장히 큰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설명을 보면 르누아르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특정 인물보다는 당시 무도회장의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또렷하게 구분되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집니다.
그림이 유난히 반짝여 보이는 이유
저는 실제로 그림을 봤을 때 사람들보다도 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사람들의 옷과 얼굴에 얼룩처럼 떨어져 있고, 그 빛이 파란색이나 분홍색, 주황색 같은 여러 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조금씩 흩어진 붓질처럼 보이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사람들이 햇빛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르누아르는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섞인 무도회장의 분위기를 밝고 생생한 붓질과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으로 움직이는 군중과 빛의 표현을 꼽고 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누굴까?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워낙 많아서 모델을 따로 섭외해서 그린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그림 속에는 실제 르누아르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자료에 따르면 르누아르는 전문 모델만 세워놓고 그린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몽마르트르의 젊은 여성들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단순히 '옛날 파리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보기보다는 르누아르가 실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자신이 살아가던 공간을 기록한 그림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림 속 인물 중에는 르누아르와 가까웠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친구였던 조르주 리비에르는 훗날 이 그림 속 인물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평가만 받은 그림이 아니었다
지금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처음부터 모두가 이 그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르누아르는 이 작품을 1876년에 그렸고, 이듬해인 1877년 제3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림 속 형태가 너무 흐릿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자연스러운 표현이지만, 당시의 관람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르누아르답다'고 생각하는 그 부드럽고 흐르는 듯한 표현이 당시에는 오히려 그림의 단점처럼 보이기도 했던 셈입니다.
직접 보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였던 그림
사실 이 그림을 직접 보기 전에는 그냥 예쁜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야외에서 사람들이 춤추고 있는 모습도 즐거워 보이고, 르누아르 특유의 밝은 색감도 좋아서 유명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그려진 장소와 당시의 분위기를 알고 다시 보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르누아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평범하게 즐기던 일요일 오후를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1870년대 파리의 어느 일요일 오후에 잠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실제로 오르세에서 이 그림을 보고 나니 인터넷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화면으로 볼 때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그림의 크기와 붓질, 빛의 변화가 한꺼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알고 나서 다시 보게 되는 그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는 거창한 역사적 사건을 그린 그림은 아닙니다.
그저 당시 파리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이야기를 나누던 평범한 하루를 담은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1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림을 통해 그날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오르세에서 직접 보고 온 그림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그냥 '르누아르의 유명한 그림'이라고만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했고, 그들이 춤추던 장소도 실제 파리에 있었고, 르누아르는 그 순간을 직접 보고 캔버스에 남겼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림 속 사람들이 조금 더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작품 정보
- 작품명 :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
- 화가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제작 연도 : 1876년
- 재료 : 캔버스에 유채
- 크기 : 131.5 × 176.5cm
- 소장처 : 오르세 미술관
참고 자료
- Musée d'Orsay, Bal du moulin de la Galette
- Musée d'Orsay, Il y a 150 ans, Auguste Renoir peignait le « Bal du Moulin de la Galette »
본문에 사용한 작품 사진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직접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