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미술관

마네 올랭피아, 또 한 번 파리를 뒤흔든 그림

캔버스수집가 2026. 8. 15. 18:30

지난 글에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마네에게는 또 하나의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논란이 된 정도가 아니라,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그림입니다.

바로 〈올랭피아〉입니다.

올랭피아
올랭피아

 

저도 오르세 미술관에서 직접 이 그림을 봤는데, 사진으로 볼 때와 달리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그림 속 여자의 자세보다도 시선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여성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오히려 관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시선이 이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올랭피아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보다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마네는 1863년에 〈올랭피아〉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작품이 바로 전시된 것은 아니고, 1865년 파리 살롱에 출품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당시 관람객과 비평가들은 이 그림을 거칠게 비판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식이 1865년 살롱에서 일어난 스캔들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반응이 컸을까요?

이번에도 누드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왜 '올랭피아'로 지었을까?

그림 속 여성은 마네의 단골 모델이었던 빅토린 뫼랑입니다.

그런데 마네는 그녀를 빅토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올랭피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네가 붙인 '올랭피아'라는 이름은 당시 파리에서 성매매 여성이나 코르티잔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그림 속 여성이 단순히 신화 속 누드 모델이 아니라 당시 파리의 현실적인 여성, 특히 코르티잔과 관련된 인물로 해석했습니다.

이 차이가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이 작품을 당시 파리의 매춘을 다룬 현대적인 장면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꽤 노골적인 그림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있다

처음 그림을 보면 자연스럽게 가운데 누워 있는 올랭피아에게 시선이 갑니다.

그런데 조금만 주변을 살펴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뒤에는 꽃다발을 들고 있는 하녀가 있고, 침대 끝에는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도 그냥 장면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넣은 소품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꽃다발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녀가 들고 온 커다란 꽃다발은 누군가가 올랭피아에게 보낸 선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면 밖에는 꽃을 보낸 사람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그림에서 직접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맥락에서는 올랭피아가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후원자나 고객을 두고 있는 코르티잔이라는 해석과 연결됩니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꽃다발을 든 하녀와 흑인 하녀의 존재를 당시 코르티잔의 사회적 지위와 연결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단순히 한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라기보다,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받고 그를 기다리는 상황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침대 끝에 있는 검은 고양이도 눈에 띕니다. 고양이는 꼬리를 바짝 세운 채 올랭피아 옆에 서 있습니다.

마네가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도 침대 끝에 작은 개가 등장하는데,

개가 전통적으로 충실함과 연결되는 동물이었다면, 마네는 그 자리에 검은 고양이를 넣었습니다.

고양이가 당시 문학과 미술에서 성적 자유분방함과 연결되어 해석되기도 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물론 고양이 하나만 가지고 그림 전체의 의미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꽃다발과 하녀, 고양이까지 함께 놓고 보면 그림 속 상황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마네는 올랭피아만 그린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회적 위치와 그녀를 둘러싼 관계까지 암시하는 여러 단서를 화면 안에 배치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가운데 있는 여성의 모습만 보는 것보다 주변을 하나씩 살펴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보입니다.


사실 가장 강한 것은 그녀의 시선이었다

저는 이 그림을 실제로 보고 나서 오히려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올랭피아는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그냥 누워 있는 인물이라면 관람객이 그림을 일방적으로 바라보게 될 텐데, 이 여성은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그림을 보는 사람이 오히려 조금 불편해집니다.

그림 속 인물을 몰래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올랭피아가 관람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비너스와 닮았는데 전혀 다른 이유

이 작품을 보면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떠오릅니다.

두 작품 모두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티치아노의 비너스는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여성 누드에 가깝습니다.

반면 마네의 올랭피아는 훨씬 현실적이고 직접적입니다.

마네는 고전적인 그림의 구도를 빌려오면서도 그 안에 당시 파리의 현실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옛 명화와 닮았는데, 조금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네가 죽은 뒤에도 이 그림은 팔리지 않았다

더 놀라운 이야기는 그 이후입니다.

지금은 오르세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지만, 마네가 세상을 떠난 1883년 이후에도 〈올랭피아〉는 작가의 작업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작품을 쉽게 사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네를 높이 평가했던 화가 클로드 모네가 나섭니다.

모네는 마네의 작품이 프랑스의 중요한 미술사에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올랭피아〉를 국가에 기증하기 위한 공개 모금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거의 1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1890년 작품은 국가에 기증됩니다.

그리고 1907년에는 루브르에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86년 오르세 미술관으로 옮겨졌습니다.


한때 욕을 먹었던 그림이 오르세에 오기까지

생각해 보면 꽤 재미있는 변화입니다.

1865년에는 관람객과 비평가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그림이었습니다.

그런 그림을 수십 년 뒤에는 다른 화가들이 돈을 모아 국가에 기증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세 미술관을 찾아 이 그림 앞에 서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제가 오르세에서 이 그림을 봤을 때도 주변에 사람들이 꽤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사진을 한 장 찍고 지나가려다가 그림 속 시선 때문에 한 번 더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마 〈올랭피아〉가 지금까지도 강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누드화라서가 아닐 것 같습니다.

 

마네는 익숙한 고전 회화의 형식을 가져왔지만, 그 안에 당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현실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이 관람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15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림 앞에 선 사람과 올랭피아의 시선이 마주치게 됩니다.


작품 정보

  • 작품명 : 〈올랭피아〉 (Olympia)
  • 화가 : 에두아르 마네
  • 제작 연도 : 1863년
  • 재료 : 캔버스에 유채
  • 크기 : 130.5 × 191cm
  • 소장처 : 오르세 미술관

참고 자료

  • Musée d'Orsay, Olympia - Edouard Manet
  • Musée d'Orsay, Black Models: from Géricault to Matisse
  • Musée d'Orsay, A Hundred Years Ago: Olympia

본문에 사용한 작품 사진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직접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