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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

고갱은 왜 타히티까지 갔을까? 〈타히티의 여인들〉에 담긴 두 가지 시선

by 캔버스수집가 2026. 8. 20.

타히티의 여인들
타히티의 여인들

 

오르세 미술관에서 여러 작품을 보다 보면 유난히 색이 강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중에서도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 그림이 있습니다.

폴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입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두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화려한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도 아니고, 특별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고갱은 왜 이렇게 먼 곳까지 가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고갱은 왜 타히티로 떠났을까?

고갱이 처음 타히티로 떠난 것은 1891년입니다.

당시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화가였습니다.

그런데 고갱은 유럽의 미술계와 사회에서 점점 멀어지고 싶어 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미술을 찾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에 따르면 고갱은 타히티를 유럽 사회의 물질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예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상상했습니다.

그는 타히티에서 평온하고 예술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고, 당시 유럽 사회의 돈과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고갱이 찾아간 타히티는 과연 그가 상상했던 모습과 같았을까요?


고갱이 꿈꾸었던 '낙원'

고갱은 타히티를 떠나기 전부터 그곳을 특별한 장소로 상상했습니다.

유럽의 문명과는 다른 삶, 자연과 가까운 생활, 복잡한 사회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타히티 그림에는 유럽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과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타히티의 여인들〉 역시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두 여성은 해변에 앉아 있고, 주변에는 특별한 건축물이나 도시의 모습이 거의 없습니다.

그림만 보면 굉장히 평화롭고 조용한 세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타히티의 모습은 고갱이 상상했던 것처럼 완전히 '문명과 떨어진 낙원'은 아니었습니다.

고갱이 도착했을 때 타히티는 이미 프랑스의 식민 지배 아래 있었고, 기독교 선교와 서구식 제도가 상당 부분 자리 잡은 상태였습니다.

고갱은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현실의 차이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림 속 타히티는 실제 풍경과 조금 다르다

이 부분을 알고 보면 고갱의 그림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그는 타히티에서 본 것을 그대로 기록하는 화가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었던 타히티의 모습과 실제로 경험한 풍경을 섞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은 고갱의 첫 번째 타히티 체류 당시 작품들이 타히티 여성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갱이 타히티를 원시적이고 이상적인 세계로 상상했다는 점도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그래서 〈타히티의 여인들〉을 단순한 풍경화라고 보기에는 조금 복잡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타히티의 실제 모습을 사진처럼 기록한 것이 아니라, 고갱이 타히티에서 경험하고 상상한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여성의 자세도 꽤 다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두 여성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왼쪽 여성은 옆으로 몸을 돌린 채 앉아 있고, 오른쪽 여성은 조금 더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꾸민 모습도 아니고 특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해변에 앉아 있는 평범한 순간처럼 보입니다.

이런 일상적인 장면은 고갱의 첫 번째 타히티 체류 당시 작품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오르세 미술관 역시 이 시기의 고갱이 타히티 여성들이 일상적인 일을 하는 모습을 자주 그렸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고갱의 그림에서는 이 평범한 장면이 실제 생활의 기록이라기보다 조금 더 조용하고 이상적인 세계처럼 보입니다.


그림 속 색은 실제 바다와는 다르다

고갱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와 하늘, 인물의 옷과 피부가 실제 풍경에서 볼 법한 색보다 훨씬 단순하고 강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고갱은 자연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색과 형태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는 바다를 정확하게 재현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화면 전체가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방식은 당시 유럽의 사실적인 회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던 고갱의 회화관과 연결됩니다.

그는 자연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자신의 기억과 상상, 감정을 그림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갱의 타히티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여기에서 이 작품을 조금 더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고갱의 타히티 그림을 보면서 '옛날 타히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갱의 작품은 역사적인 기록사진이 아닙니다.

그가 타히티를 바라보면서 만들어낸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고갱은 타히티를 유럽 문명에서 벗어난 순수하고 원시적인 공간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이미지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담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당시 타히티는 이미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이 그림에는 고갱 자신의 기대와 당시 유럽인이 타히티를 바라보던 시선이 함께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타히티의 여인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색채의 그림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그림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나면 오히려 그림을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고갱이 타히티를 실제와 다르게 표현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화면 안에서 만들어낸 색과 형태는 여전히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여성의 단순한 자세와 넓게 펼쳐진 배경, 강하게 나뉜 색면이 어우러지면서 실제 풍경보다 더 조용하고 느린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이것이 고갱이 타히티에서 찾으려고 했던 모습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타히티를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었던 세계를 그 안에 만들어낸 것입니다.


직접 그림 앞에 서면 조금 다른 질문이 생긴다

이 그림을 처음 보면 '타히티는 정말 이런 곳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갱이 타히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고 나면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타히티가 실제로 어땠을까?'보다는 '고갱에게 타히티는 어떤 곳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에게 타히티는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유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자신의 이상을 투영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타히티의 여인들〉을 보고 있으면 두 가지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한쪽에는 실제 타히티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갱이 그곳에서 찾고 싶었던 낙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알고 나면, 이 평범한 해변 풍경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갱이 타히티에서 찾았던 것은 단순히 새로운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유럽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과 새로운 미술을 찾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타히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그림 앞에 서면 아름다운 해변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 화가가 멀리 떠나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캔버스 위에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함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품 정보

  • 작품명: 〈타히티의 여인들〉 (Femmes de Tahiti)
  • 다른 제목: 〈해변에서〉 (Sur la plage)
  • 작가: 폴 고갱
  • 제작연도: 1891년
  • 재료: 캔버스에 유채
  • 크기: 69 × 91.5cm
  • 소장처: 오르세 미술관, 파리

참고 자료

  • Musée d'Orsay, 〈Femmes de Tahiti〉
  • Musée d'Orsay, Paul Gauguin 관련 작품 및 전시 자료

본문에 사용한 작품 사진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직접 촬영했습니다.